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진상만
1형당뇨병 인구의 절반 이상이 인슐린 펌프를 사용하는 미국과 달리, 한국과 1인당 국민소득이 비슷한 일본과 서유럽도 1형당뇨병 인구의 각각 43.3%, 23.5%가 인슐린 펌프를 사용한다. 물론 이들과 비교해도 한국의 인슐린 펌프 사용 비율이 부끄러운 수준으로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반대로 국내 의료 체계가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되더라도 대다수의 환자는 여전히 인슐린 펌프보다는 다회 인슐린 주사를 여전히 선택할 것을 예상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인슐린 펌프는 모든 사람의 선택을 받을 수는 없으며, 특히 전문성을 가진 의료진에 대한 접근이 어렵고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교육 과정을 수행할 수 없으면 시작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스마트 인슐린 펜은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고, 탄수화물 계량을 정확히 해낼 수는 없는 사람들, 심지어 탄수화물이 무엇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사람들까지도 포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새로운 개념을 이해할 때는 용어부터 잘 정리해야 한다. Smart insulin pen, connected insulin pen은 서로 혼용되기 쉬운 표현이나 다른 개념이다. Connected insulin pen은 단순히 인슐린 용량을 기록하는 수준의 기기인 tracking insulin pen (stage 2, stage 3의 connected insulin pen이 이에 해당한다), 인슐린 용량의 계산해 주거나 (stage 4의 connected insulin pen), 더 나아가서 별도의 education module, coaching 기능까지 제공하는 (stage 5의 connected insulin pen) smart insulin pen으로 구분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각 인슐린 제조사들이 기존 인슐린 펜에 끼워서 쓸 수 있는 smart insulin pen cap들의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데, 이는 stage 2, stage 3의 connected insulin pen에 해당하는 기능을 제공할 것이다. 이러한 smart insulin pen cap들은 그 자체가 인슐린 용량 계산을 도와줄 수는 없지만, 서구의 경우 third party의 서비스에 인슐린 사용 정보를 제공해 통합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다. 예외적으로 미국 Bigfoot Biomedical의 smart insulin pen cap은 dose decision support system도 갖추고 있지만, 국내 도입 계획은 없다.
대신 국내에서는 stage 4의 connected insulin pen, 즉 bolus calculator 기능을 포함하는 smart insulin pen이 국내 식약처 허가를 획득했거나 (미국 Medtronic 사의 InPen), 최근 국내 시장에 출시되었다 (G2E 정보기술 사의 P8). 세계적으로 가장 대표적인 제품은 미국 Medtronic 사의 InPen으로서, 사용자의 교육 수준에 따라 1) 인슐린 펌프와 동일하게 정확한 탄수화물 계량을 반영하는 방식, 2) 식사 시 탄수화물 섭취량을 '적음, 보통, 많음'으로 분류하는 식사량 추정 방식, 3) 고정된 볼러스 용량에 교정용량을 가감하는 고정용량 방식 등 세가지 형태의 볼러스 계산기를 제공하는 것이 특장점이다. 데이터를 보여주는 방식 또한 아주 효율적으로서,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 하나로도 탄수화물 섭취량, insulin on board를 실시간의 혈당과 함께 보여준다. 보고서의 양식도 작은 한페이지만으로도 AGP와 동일한 정보는 물론 야간, 각 식사 별로 혈당 변화를 정리해 주고, 화면의 하단에는 시간 순서로 탄수화물 섭취량, insulin on board를 실시간의 혈당과 함께 보여줌으로서,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정보의 질과 양이 그 동안 CGM만을 이용한 진료에서는 장시간에 걸친 문진을 통해 얻을 수 있던 것보다 우수한 수준이다. 사용자는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식간에도 추가적인 교정 용량을 보다 안전하기 사용할 수 있다.
최근 국내에 출시된 G2E 정보기술 사의 P8은 현재는 탄수화물 계량을 통한 볼러스 계산기만을 제공하나, 탄수화물 계량을 국내 당뇨교육자들에게 잘 알려진 교환단위표를 이용해 간단히 입력할 수 있고, 1월 중순으로 예상되는 식약처 심의가 마무리 되면 Medtronic사의 InPen과 유사한 방식으로 정확한 탄수화물 계량 없이도 볼러스계산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될 예정이다. 또한 내년에는 Education module, coaching, basal titration 등 stage 5 smart insulin pen의 기능을 추가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에 있다.
임상 현장에 smart insulin pen을 성공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환자의 수준 별로 단순화된 탄수화물 계량을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뇨병학회 환자 관리위원회는 지난 2년간 '연속혈당측정을 이용한 혈당조절길잡이' 책자를 개정하여 정확한 탄수화물 양을 숫자로 계산하지 못하더라도, 적은, 보통의, 많은 탄수화물 양을 추정할 수 있도록 탄수화물 계량을 단순화한 자료를 개발하였다. 당뇨병학회 정회원은 학회 홈페이지의 자료실에서 '연속혈당측정길잡이' 메뉴를 통해 무료로 배포된 PDF를 구할 수 있으며, 해당 내용을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한 내용과 함께 유튜브 동영상을 QR code로 안내한 소책자도 학회 홈페이지 및 온라인 서점 모두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Stage 4 이상의 smart insulin pen, 보다 개선된 자동인슐린주입 기기의 등장은 탄수화물 계량을 단순화하여 환자와 의료진의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세계적인 경향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러한 hardware의 발전과 함께 금번에 학회에서 만든 자료들이 인슐린 치료의 볼모지로 남아있던 국내 임상 현장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