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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당뇨병학회 E- Newsletter VOL 007


연구 수행은 이렇게 하면 됩니다
(슬기로운 연구 생활)

연세의대 이용호

당뇨병학 분야에서 역학, 임상, 기초, 중개 연구 등 다양한 방법론을 통해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최근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이를 접목한 연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연구를 처음 시작하고 자신만의 연구 분야를 처음으로 개척하려는 신진연구자들에게 성공적으로 연구를 수행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본지를 통해 2015년에 발령을 받고 좌충우돌하면서 9년 가까이 기초/중개 연구 분야를 공부하면서 경험한 내용에 대하여 공유하고자 한다.

성공적인 연구 수행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크게 3가지가 필요하다. 특정 연구주제 및 가설을 도출하기 위한 아이디어, 이를 수행하기 위한 사람 (연구원/공동연구자)과 돈 (연구비)가 그것이다.
사람마다 개인의 견해차이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를 뽑자면 아이디어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특정 연구주제에 따라 연구를 수행하고 마무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중요하여 타이밍 또한 성공적인 연구 수행을 위해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이 생각해낼 수 있는 중요한 아이디어 같은 경우에는 누가 먼저 연구를 빨리 완성해서 발표하는지에 따라 논문의 impact factor가 결정되곤 한다. 처음에 랩을 시작할 때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더 중요할 수 있겠지만, 어느 정도 랩이 갖춰진 상황에서는 좋은 사람을 찾아 함께 연구하는 것이 더 중요하겠는데, 한 사람의 머리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과 함께 연구하면서 더 새롭고 뛰어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는 어떻게 생각해낼까?

지금까지 돌이켜보면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첫 시작이 되는 아이디어는 항상 성공하지 못하였다. 실험 계획을 하다 보면 구현이 안되기도 하고, 가설과 반대되는 결과가 나오기도 해서 보통 20개 중 1개 정도가 논문까지 출간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다양한 곳에서 찾을 수 있다. 본인이 실제 환자를 보면서 떠오를 수도 있고, 다른 연구자들의 학회 발표를 들으면서 생각이 날 수도 있다. 특히 논문화되지 않은 Unpublished data를 발표하는 키스톤 학회 등이나, 학회의 포스터세션에서 좀더 최신의 연구 결과들을 접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기에 본인이 관심있는 주제와 관련된 Keystone 또는 Gordon 세미나에 참석해서 연구의 경험을 넓혀보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인터넷을 통해 Pubmed 나 Google scholar 등에서 관심있는 키워드 입력을 통해 주제들을 생각해낼 수도 있다. Google scholar는 키워드와 관련된 인용이 많이 된 논문들이 먼저 검색이 되고, Pubmed는 최신 논문들이 먼저 검색이 되기 때문에 차이점을 고려해서 접근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내 아이디어가 논문화되지 않았는지 검토가 우선 필요하다.
최근에는 open access 저널이 많아지면서, 너무나 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데, 최소한 Cell, Nature, Science 와 같은 저널의 논문 제목만이라도 정기적으로 훑어보면서 최신 연구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연구를 처음 시작하는 신진 연구자의 경우, 어떤 주제로 연구를 할지 막막한 경우가 많을텐데, “무에서 유를 창조하라” 라는 생각으로 처음부터 거창한 연구 주제를 찾고자 스트레스를 받기 보다는 이러한 좋은 저널에 게재된 연구를 벤치마킹하여 약간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가하여 자신의 연구 주제를 삼아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재현이 안되는 논문이 많기 때문에 재현성 실험을 진행하면서 연구주제를 설정해가는 것이 중요하겠다.

신진 연구자에게 가장 접근성 좋은 연구 디자인: Novel biomarker study

연구기반이 잘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쉽게 시작해볼 수 있는 연구 디자인은 질병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바이오마커를 인체 샘플에서 검증하고, 이와 관련된 세포 또는 마우스 실험을 함께 진행하는 방법이다. 기초 연구자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것이 본인의 연구의 중요성을 부각시킬 수 있기 때문에 임상적으로 중요하고 적절한 질환을 찾아내고, 바이오마커의 진단적 또는 치료적 가능성을 잘 증명하고 스토리라인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내분비내과 의사로서 확보하기 쉬운 대사 질환 환자들의 혈액 샘플이나 또는 공동연구자와 함께 조직 샘플을 전향적으로 수집하는 코호트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겠고, 처음부터 명확한 목적을 설정하여 계획성있게 꼼꼼히 수집 보관하는 것이 필요하다. 활용하는 분석 기법에 따라 수집/보관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기초연구자와의 협업을 통해 SOP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 연구 성공 이후에는: 퍼즐을 맞추듯 내가 잘하는(익숙한) 것과 새로운 분야를 연결시켜보자

자신의 새로운 가설과 아이디어로 연구를 수행하여 마무리가 잘 되었다면, 해당 연구를 통해 찾은 새로운 발견과 연관되어 후속 주제를 찾아보는 것이 효율적이다. 매번 새로운 주제와 아이디어를 찾아서 연구를 수행하는 것은 성공 가능성도 높지 않고, 또 새로운 실험기법을 셋팅해야하고 다른 샘플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에 신진연구자로서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첫 연구를 통해 확립된 실험실적 방법론을 기반으로 본인의 기존 주제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목시킨다면 자신의 연구 색깔을 점차 찾을 수 있고, 연구의 깊이와 지속성을 키워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연구의 novelty를 높여 impact factor가 높은 저널에 발표될 수 있도록, 인용이 많이 될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연구가 될 수 있도록 꾸준히 고민하고,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연구 동반자 찾기

처음 랩을 만들 때 연구원을 구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소를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본인의 상황에 따라 연구원, 학위생, 포닥 등 다양한 수준의 연구자를 선발할 수 있겠고, 각각의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BRIC, Hibrain 등의 구인사이트를 이용할 수도 있겠지만, 가장 추천하는 것은 주변의 연구자, 선배 교수님 등을 통해 검증된 연구자를 소개 받는 방법이다. 실험실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거나, 실험을 잘하지 못하거나, 다양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며, 만약 여구원을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시간과 연구비의 상당한 낭비가 발생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하고 주변 경험자들의 조언도 받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좋은 공동 연구자 만나기

최근에는 연구 프로젝트의 규모가 커지면서 다양한 분야의 공동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본인이 할 수 없는 분야의 연구방법론을 접목하기 위해서는 공동연구자를 잘 찾는 것이 중요하다. 신진연구자라면 지도교수님을 통한 인맥이나, 학회 및 세미나를 통해 만나게 되는 연구자들 중에서 공동연구를 시작해볼 수 있겠고, 해당 연구자가 어떤 연구를 해왔고, 나의 연구 수행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명확한 분담을 먼저 계획해야 한다. 실제 공동연구를 진행할 때, 여러 요소가 중요하겠지만, 서로 간의 마음이 잘 맞고, 적극적인 성격의 연구자를 찾는 것이 개인적으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원인으로 공동연구가 실패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필자는 공동연구를 할 때 논문의 저자 역할이나 연구비 배분에 있어 욕심을 부리지 않고 상대 연구자를 먼저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상대 연구자가 내게 요청하는 부분을 우선적으로 진행해주는 등 적극적인 자세가 도움이 되겠다. 특히 기초연구자와의 협업의 경우, 임상의사와 상당히 다른 관점과 견해를 가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충분한 대화 및 미팅을 통해 그 간극을 줄여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연구가 가져다 줄 수 있는 뜻하지 않은 선물?

내분비내과에서 환자 진료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연구를 병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기초/중개연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생겨난 의학적 궁금증을 본인의 노력으로 연구를 통해 풀어내는 과정은 환자의 건강이 회복되었을 때의 즐거움과는 또 다른 행복감을 가져다 준다. 모든 연구는 실패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열린 마음과 겸손한 자세로 본인이 관심이 많고 흥미가 생기는 주제에 대해 연구를 한다면, 연구 자체에 대한 즐거움을 조금씩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연구 결과를 해외 학회에서 발표하면서 낯선 곳으로의 여행의 경험도 느낄 수 있고, 그 곳에서 새로운 해외 연구자들과의 만남이 또다른 연구의 문을 열어 주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의 논문 결과 중에 특허화 가능한 부분을 항상 고민하면서, 실용적인 연구를 한다면, 자신의 특허가 회사에 기술이전되는 행운을 얻을 수 있을 것이며, 이러한 인센티브는 새로운 연구의 원동력이 될 것이기에, 당뇨병학회의 좀더 많은 젊은 회원분들이 기초/중개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시작해보시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