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Navigation
Skip to contents

대한당뇨병학회 E- Newsletter VOL 007


당뇨인의 슬기로운 혼밥 생활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임상영양사 이은영

혼인율 감소, 이혼이나 별거, 고령화사회에서의 노인 증가 등으로 인하여 1인 가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2022년 기준 1인 가구수는 750.2만 가구로 전체 가구수의 34.5%를 차지한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자연히 혼자 밥을 먹는(혼밥) 인구가 늘어나게 되는데, 최근 발표된 2019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20세 이상 성인 5,302명을 대상으로 식사 실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하루 한 끼 이상 혼밥을 하는 성인 비율은 전체의 54.4%였다. 특히, 하루 세끼 모두 홀로 식사한 비율도 9.4%에 달했다.

문제는 혼밥을 하는 경우 대체로 균형 잡힌 식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부분 직접 집에서 조리를 하기 보다는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품을 구입해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 식품 대부분은 하루 필수영양소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거나, 나트륨과 당류 함량도 높다. 혼자 식사할수록 열량을 과잉 섭취할 가능성도 크고 특히 탄수화물과 지방 섭취가 많아진다. 그래서 혼밥의 횟수가 늘수록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등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하지만, 당장 혼밥을 하게 되는 상황을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혼밥을 건강하게 즐기기 위한 시도를 해보자. 특히 혈당을 관리하기 위해 식사요법을 실천해야 하는 당뇨병 환자라면 무분별한 간편식보다는 슬기로운 혼밥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중요하다.

제일 먼저 영양적 균형을 고려하여 식단을 선택해야 한다.
외식을 할 때는 채소와 곡류, 육류 등이 골고루 들어 있는 식단을 선택하여 비타민, 단백질, 탄수화물 등 영양소를 적절하게 섭취해야 한다. 가공식품보다는 원재료를 사용한, 그 중에서도 단백질과 채소가 충분한 식단을 선택하고, 달고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하루 전체의 식사 구성을 고려해서 이전 끼니에서 부족했던 영양소를 충족시킬 수 있는 식단을 선택하여 영양소의 균형을 맞춰주는 것도 필요하다.
즉석식품을 구입하는 경우라면 탄수화물 비율이 높은 라면, 삼각김밥, 죽, 빵 같은 식품보다는 여러 가지 음식이 다양하게 들어간 도시락이나, 재료가 풍부한 김밥, 샌드위치 같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 만약 탄수화물 위주의 식품을 선택했을 경우에는 샐러드 등의 신선편의식품과 삶거나 구운 계란, 치즈, 닭가슴살, 견과류 등을 추가로 구입하여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할 수 있도록 한다. 즉석밥을 이용할 경우 흰밥 대신 잡곡밥이나, 곤약쌀이 섞인 곤약밥, 난소화성 말토덱스트린이 함유된 즉석밥 등을 구매한다면 열량 섭취는 줄이고 식이섬유 섭취량을 늘릴 수 있어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제품 포장의 영양성분표시에서 열량과 탄수화물 함량을 확인하고, 본인의 1끼 허용량과 비교하여 과잉인 경우 일부 음식을 남기는 등 식사량을 조절하도록 한다. 더 나아가 나트륨과 당류 섭취를 줄이기 위해서 영양성분표시에서 나트륨과 당류의 함량이 낮은 제품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임상영양사에 의해 질환별로 설계된 식단형 식사관리식품을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일주일간 하루 두 끼 당뇨도시락을 섭취하였을 때 혈당이 개선되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편리하면서도 건강하게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당뇨식 식단을 배달하여 규칙적으로 먹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을 때는 요리를 해서 식사를 차려보는 것을 추천한다. 최근에는 조리에 필요한 정량의 식재료와 양념, 조리법을 제공하여 소비자가 가정에서 간편하게 조리하여 섭취할 수 있도록 제조된 간편조리세트가 시중에 다양하게 유통되기 때문에 보다 손쉽게 맛있고 건강한 식사를 준비할 수 있다. 직접 조리를 하기 때문에 재료의 가감을 통해서 영양적인 균형을 맞추기도 용이하다.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요리강좌와 식사를 함께하는 ‘혼밥요리교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으니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식단 선택 이후 식사하는 동안에도 주의할 점이 있다.
식사하는 동안에는 TV나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고, 식사 도중 시간을 확인하면서 너무 빨리 먹지 않는지 점검하는 것이 좋다. 혼자 식사를 하는 도중에 TV를 보게 되면, 뇌는 음식을 먹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과식할 확률이 크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함께 먹는 상대가 없으면 자신도 모르게 식사 속도가 빨라지게 되는데, 빠르게 식사하게 되면 과식하기 쉬워 비만을 유발하게 되고, 식후 혈당 상승, 역류성 식도염, 위장질환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니 식사 시간은 최소 20분을 지키며 천천히 식사하도록 한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코로나 이후 혼밥, 혼술, 혼영, 혼행 등 혼자만의 생활이 자연스러워지면서 혼자 밥을 먹는 경우는 점점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혼밥이 건강에 미치는 안 좋은 영향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가 되고 있지만, 더 이상 피하는 것이 정답은 아닌 시대가 되었다. 혼밥을 건강하게 즐기기 위한 노력이 더욱 중요시되는 이유이다. 결국 혼밥이나 여럿이 먹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음식 종류와 생활습관이 건강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내가 먹는 식단을 살펴보고 새로운 문화에 맞는 적절한 식사관리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