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의대 성심병원 내분비내과 노은
비만은 과도한 에너지섭취에 의해 에너지항상성(energy homeostasis)이 깨져 발생하는 질환이다. 비만의 유병률은 전 세계적으로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이고, 2형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심혈관질환, 암, 근골격계 질환 등 다양한 동반질환 및 전체 사망률을 증가시켜 전세계적인 보건 비용의 부담을 증가시킨다. 따라서 식욕(appetite) 조절기전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한 비만의 예방과 치료를 위한 노력들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식욕과 체중조절 기전에 가장 중요한 뇌의 부위는 시상하부(hypothalamus)이다. 시상하부의 활꼴핵(arcuatenucleus, ARC)은 뇌실주위기관에 인접하여 혈액 내 영양소와 호르몬을 일차적으로 감지한다. ARC에는 식욕을 조절하는 pro-opiomelanocortin (POMC) 신경세포와 neuropeptide Y (NPY)/agouti-relatedpeptide (AgRP) 신경세포의 두 가지 별개의 신경세포 집단이 있다. POMC 신경세포는 POMC의 전사 후 처리에 의해 α-melanocyte stimulating hormone (α-MSH)를 생성하고, 이는 실방핵(paraventricular nucleus, PVN)을 포함한 중추신경계의 여러 부위의 표적 세포에 존재하는 멜라노코르틴-4수용체(melanocortin-4 receptor, MC4R)에 작용하여 식욕을 억제하고 에너지대사를 증가시킨다. AgRP는 MC4R에 작용하여 α-MSH 작용의 inverse agonist로 작용하여 식욕을 촉진한다. 중추신경계의 뇌간(brain stem)은 식욕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또 다른 부위로, 뇌간의 고립핵(nucleus tractus solitarius, NTS)은 ARC와 마찬가지로 뇌실주위기관에 인접하여 말초 호르몬을 감지하는데 적합하다. 또한 식사 후 위장관의 포만신호는 미주구심성신경(vagal afferents)을 통해 NTS로 전달된다. NTS와 PVN 사이 광범위한 신경 다발의 공급과 수신을 통해 시상하부와 뇌간은 식욕조절을 위한 긴밀하고 통합적인 상호작용을 한다. 뇌에는 항상성시스템 뿐 아니라 보상(reward)시스템이 존재하는데, 보상시스템은 맛있는 음식(palatable food)의 섭취와 같은 쾌락적 섭식(hedonic feeding)의 조절 역할을 한다. 맛있는 음식을 섭취하면 중변연계(mesolimbic) 도파민성 경로가 활성화된다.
음식 섭취 조절에서 장호르몬과 중추신경계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는 최근 뜨거운 주제가 되었다. 장과 중추신경계 사이의 양방향 상호작용은 식욕, 에너지 항상성, 포도당 항상성을 포함한 광범위한 생리학적 제어 메커니즘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원래 제2형당뇨병의 혈당 조절을 위해 시판된 GLP-1 수용체 작용제는 2형당뇨병이 있거나 없는 개인의 체중 감소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크레틴(incretin) 생물학에 대한 이해가 증가하면서 GLP-1 수용체 및 GIP 수용체를 강력하게 활성화하는 항비만 약물의 개발이 이어졌다.
GLP-1은 음식섭취에 따라 장관 내 L 세포에서 분비되는 인크레틴으로, 영양분이 장에서 흡수되는 동안 분비되어 인슐린분비를 증가시킨다. GLP-1 수용체는 시상하부 ARC, PVN와 뇌간의 NTS 등 뇌의 여러 영역에 발현하고, GLP-1의 신호는 혈액 순환 및 미주신경을 통한 전달을 통해 이들 부위에 전달된다. GLP-1은 시상하부와 뇌간의 POMC 신경세포를 직접적으로 활성화하거나 GABA 전달을 통해 NPY/AgRP 신경세포를 간접적으로 억제하여 음식섭취를 감소시킨다. 또한 GLP-1은 GLP-1 수용체의 활성화를 통해 중변연계 도파민 신경세포의 흥분성 시냅스 강도를 감소시켜 고지방 음식과 같은 맛있는 음식섭취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GIP는 십이지장 점막의 K 세포에서 분비되는 인크레틴으로, 췌장에서의 인슐린 분비 촉진과 글루카곤 분비 촉진 작용을 통해 혈당 수치를 조절한다. 2형당뇨병 환자에서는 GIP의 인슐린 분비 촉진 효과가 감소하기 때문에 당뇨병 치료를 목적으로 한 GIP 수용체 작용제의 개발은 회의적이었으나, 최근 시상하부 GIP 수용체는 에너지 대사 조절의 표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GIP 과발현은 식이 유발 비만을 줄이고 포도당 대사를 개선시켰고, GIP 작용제의 투여는 비만 wild type 및 GLP-1 수용체 결핍 마우스에서 체중을 감소시켰다. GIP 수용체 작용제를 말초로 투여 시에는 음식섭취의 감소와 체중의 감소를 유발하나 중추신경계의 GIP 수용체 결핍 마우스에서는 음식섭취에 영향이 없어, GIP가 중추신경계의 GIP 수용체를 통한 신호 전달을 통해 체중에 영향을 미침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GLP-1과 GIP수용체를 동시에 표적으로 하는 다중 작용제(poly-agonist)의 개발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GLP-1 수용체 작용제와 화학적으로 통합된 GIP 수용체 작용제는 GLP-1 수용체 작용제와 비교할 때 마우스에서 체중감소와 대사지표의 개선을 입증했다. GIP 수용체 작용제는 GLP-1 수용체에 독립적인 메커니즘을 통한 음식섭취와 체중감소 효과를 가질 뿐 아니라, GLP-1 수용체 작용제의 구토 작용을 억제하고, 지방세포의 저장 능력을 향상시켜 지방세포의 지질 유출 및 이소성지질(ectopic fat) 침착을 억제하는 여러 작용을 통해 GLP-1 치료에 보충적인 대사 효과를 제공한다. Tirzepatide는 GIP/GLP1 이중작용제로, GLP-1 수용체에 비해 GIP 수용체에 대한 상대 효능이 5배 높다. GLP-1 단독 처리와 비교하여 GLP-1/GIP 이중작용제의 우수한 대사 효과는 중추신경계 GIP 수용체 결실을 갖는 마우스에서 상실되므로, 이는 GLP-1/GIP 이중작용제의 대사적 이점이 부분적으로 중추신경계 GIP 수용체 신호전달을 통해 작용함을 시사한다.
2형당뇨병에 대한 약물로서 인크레틴 개발의 성공은 전례 없는 체중감소 효과를 보여주었고, liraglutide 3 mg, semaglutide 2.4 mg가 비만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 Tirzepatide 임상시험에서 최대 20%의 체중 감소가 보고되어 인크레틴 기반 이중 작용제 및 기타 조합 접근법에 대한 엄청난 관심을 일으켰고, 비만 및 관련 동반 질환이 외과적 개입이 아닌 약물로 관리될 수 있다는 새로운 희망을 제공하였다. 추후 대사 수술과 동등한 효능을 달성할 수 있는 약물 치료들에 대한 다양한 임상 연구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식욕조절 기전과 비만. J Korean Diabetes 2022;23:89-96
Hormonal gut–brain signaling for the treatment of obesity. Int. J. Mol. Sci.2023,24(4), 33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