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영양팀 유수민 영양사
코로나 팬데믹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건강 관련 방송 프로그램뿐 만 아니라 유튜브 등 개인 방송을 통해 얻는 정보도 많아지면서 다양한 유행 식품의 출현과 이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최근 영양교육 시 질문 빈도수가 높았던 저항성 전분과 이와 관련된 식품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전분은 소화되는 속도에 따라 빠르게 소화되는 Rapidly digestible Starch(RDS), 천천히 소화되는 Slowly digestible Starch(SDS), 그리고 소화되지 않는 저항성 전분 Resistant Starch(RS)이 있다. 저항성 전분은 아밀로오스의 비율이 다른 전분에 비해 높으며 아밀라아제에 의해 포도당으로 분해되지 못해 소장에서 흡수가 어렵고 대장에서 박테리아에 의해 발효되며 장내 건강 향상에 도움이 된다. 장 통과시간이 지연되면서 만복감을 주고, 2~2.8 kcal/g 정도로 다른 전분에 비해 에너지가 적어 상대적으로 체중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당이나 콜레스테롤 흡수를 억제하고 담즙과 결합하여 대변으로 배설되므로 혈중 콜레스테롤 수준을 낮추는 데 도움을 주는 등 식이섬유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저항성 전분은 5가지로 분류되며 , 식품 속에서 자연적으로 발견되거나 기능성 성분으로 개발되어 첨가물로 활용될 수 있다.
1) RS1(Physically protected starch): 세포벽에 갇혀있는 전분으로 물리적으로 효소의 접근이 불가능하나 가공에 의해 세포벽이 부서지면, 소화가능한 전분으로 변할 수 있다.
2) RS2(Ungelatinized resistant granules with type B crystallinity, slowly hydrolysed by α-amylase): 숙성이나 가열 및 조리하는 과정에서 호화되면 소화 효소에 의해 쉽게 분해되어 감소될 수 있는 전분이다. 감자나 덜 익은 바나나, 고아밀로오스 옥수수의 전분에서 발견된다.
3) RS3(Retrograded starch): 호화 후 노화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것으로 조리 후 저항성 전분 함량이 적지만 식으면 많아진다. 가열이나 냉각 온도, 수분 함량 등 생성 조건에 따라 다양한 RS3 함량을 나타낼 수 있다. 조리 후 냉각한 감자, 빵, 콘플레이크, 수분을 갖고 조리한 식품 등에서 발견되며 160도 이하의 온도로 재가열하면 효소에 대한 저항성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다.
4) RS4(Chemically modified starches): 화학적 변성 처리로만든 전분으로 산화전분, 가교전분 등이 있으며 식품의 첨가제로 활용된다.
5) RS5(Amylose-lipid complexes): 가장 최근에 발견된 저항성 전분으로 아밀로오스 지질 복합체이다. 전분의 조리나 가공 중 입자의 팽윤을 제한하기 때문에 효소의 접근이 어렵게 된다.
전체 전분 섭취 중 저항성 전분의 섭취 비율을 높였을 때 식후 혈당, 인슐린 분비량이 낮아졌으며 염증성 지표들 또한 좋은 변화를 줄 수 있다고 하나 대부분의 연구들이 시행된 기간, 대상자, 대사적 상태, 기반되는 제품 등의 조건들이 다르다는 점 에서 연구가 더욱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저항성 전분을 강화한 쌀도 판매 중이나 해당 쌀로만 밥을 지어 먹을 시 푸석푸석하고 조리 전 쌀을 불리는데 반나절 정도 걸려 다소 번거로울 수 있다. 따라서 저항성 전분 강화 쌀을 필수적으로 섭취하기보다는 기호적, 환경적 상황에 따라 활용하는 정도로 볼 수 있겠다.
카무트(Kamut)라고도 알려져 있는 호라산 밀은 귀리와 비슷한 모양이며 다른 밀 작물보다 2~3배가량 크고 긴 형태의 진한 황금색 밀로 셀레늄, 폴리페놀, 필수아미노산 등이 풍부하다. 호라산 밀에는 저항성 전분이 많다고 알려져 있는데 아밀로오스/아밀로펙틴 ratio가 높다는 점 과, 장내 미생물 개선과 단쇄지방산 생산의 특징이 있다는 점 으로 저항성 전분이 많다고 추측할 수 있다.
호라산 밀로 만든 곡류군 음식을 섭취한 실험군이 정제된 밀을 사용한 식품을 섭취한 실험군보다 체지방 감소, 인슐린, 혈당지수가 유의적으로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 로 당뇨와 합병증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고하였다. 셀레늄과 필수아미노산, 일부 비타민, 무기질 함량이 조금 더 높다는 점 이외에는 다른 잡곡류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으므로 호라산 밀만을 고집하기보다는 다양한 잡곡류를 통해 하루 필요량만큼의 곡류군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권장되겠다.
밥을 조리하는 과정과 보관 방법에 따라 저항성 전분 함량의 비율이 달라질 수 있다.
1) 냉장밥(찬밥)
저항성 전분 중 노화된 전분에 해당하는 RS3의 생성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가열로 호화된 전분을 냉각시키면 분자간의 수소결합으로 아밀로오스 분자들의 화합이 일어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전분의 결정성 부분이 증가하면서 효소의 저항성을 띄게 되며 갓 지은 밥보다 찬밥의 저항성 전분 함량이 높아지게 된다.
2) 식물성 기름을 첨가한 밥
RS5는 가열하는 과정에서 전분의 아밀로오스 나선 구조 내부에 지방의 소수성기가 포접되어 형성된 복합체이다. 밥을 지을 때 기름을 첨가하면 RS5 저항성 전분의 비율이 높아지게 된다. 쌀 무게의 3 %정도의 식물성 기름을 첨가하여 밥을 지으면 저항성 전분의 비율이 높아지고 이렇게 지은 밥을 냉장 보관하였을 때 그렇지 않은 밥에 비해 저항성 전분의 비율이 유의적으로 높아졌다는 연구 가 제시되었다. 이처럼 기름을 첨가하여 지은 찬밥이 식후 혈당에 도움이 될 수 있겠으나 매번 이러한 방법으로 식사를 준비하는 것은 꾸준히 실천하기 어렵다. 저항성 전분이 식이섬유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식사 시 식이섬유가 풍부한 다양한 반찬을 충분히 섭취하는 방법이 식품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어 우선으로 권장할 수 있겠다.
이런 특정 식품들의 유행은 다양한 프로그램 속 협찬 및 광고를 통해 강조되면서 유행되는 경우가 많다. 유익한 정보를 활용하면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겠으나 특정 식품을 만병통치약처럼 맹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저항성 전분도 전분의 일부이며 다량 섭취하면 혈당, 체중조절 등이 어려울 수 있다. ‘규칙적으로, 알맞은 양을, 골고루 섭취’하는 당뇨병 환자의 기본 식사요법을 바탕으로 다양한 곡류군 식품을 적절히 섭취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환자의 건강에 도움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