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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당뇨병학회 E- Newsletter VOL 014


ChatGPT 시대의 역설: 효율 뒤에 숨은 사고력 저하의 위험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안상진

LLM 확산이 가져오는 새로운 딜레마
ChatGPT와 같은 대형언어모델(LLM)의 확산이 우리 일상을 바꾸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AI의 능력을 이제 연구, 업무, 학습 등 다양한 영역에서 손쉽게 활용하고 있다. LLM은 업무 효율성을 극적으로 향상시키고 정보 접근의 장벽을 낮추며, 어느새 없어서는 안 될 도구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러한 편리함 속에서 '우리의 사고력이 AI에 의존하며 퇴화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새로운 고민이 생겨났다. 모든 일에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대, 어떻게 사용해야 진정으로 '잘 쓰는 것'일까?

업무와 교육에서 입증된 LLM의 효과
LLM의 긍정적 효과는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LLM 활용 시 문서 작업 시간이 40% 감소하고 결과물의 품질은 18% 향상되었다(Noy & Zhang, 2023). 복잡한 보고서 작성이나 데이터 분석 같은 고도의 지적 작업에서도 LLM은 인간의 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있다.
교육 분야의 성과 역시 주목할 만하다. 51개의 정량적 교육 연구를 종합한 2025년 메타분석에 따르면, LLM 활용은 단순 학습 성과뿐만 아니라 고차원적 사고 능력 함양에도 긍정적 효과를 보였다(Wang & Fan, 2025). LLM이 단순한 도구를 넘어 인간의 지적 능력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효율성 향상의 숨겨진 대가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2025년 6월 발표된 MIT 미디어랩의 연구 결과는 우리의 뇌가 점점 게을러질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다. 에세이 작성 과제에서 ChatGPT를 활용한 집단은 검색을 활용하거나 스스로의 힘으로 수행한 집단에 비해 창의성, 기억, 의미 처리를 담당하는 뇌파 활동이 가장 낮았다(Kosmyna et al., 2025). 참가자들의 글은 획일화되었고, 창의성이 저하되었으며, 심지어 방금 자신이 쓴 글의 내용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더욱 흥미로운 발견은 LLM 활용 시점을 달리한 추가실험 결과이다. 처음에 스스로 글을 쓴 뒤 LLM의 도움으로 같은 과제를 반복한 경우가, 처음부터 LLM의 도움을 받아 글을 써본 뒤 다시 스스로 작업하는 경우보다 뇌 활성화가 훨씬 높았다. 자신이 기존에 했던 생각과 AI의 결과를 비교·분석하는 과정에서 뇌가 더 활발히 작동한 것이다. 이와 같은 결과들은 LLM이 가져다주는 즉각적인 효율성이 인간의 인지 능력이 발달할 기회를 앗아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사고력 저하의 인지과학적 이해
이러한 현상은 인지부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인지부하, 즉 생각에 드는 노력은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다. 인지부하에는 학습 내용 자체의 난이도에서 오는 내재적 인지부하, 불필요한 정보나 복잡한 설명 방식에 의한 외재적 인지부하, 그리고 새로운 정보를 기존의 지식 체계(스키마)에 통합하며 발생하는 본유적 인지부하 세가지가 있다. LLM은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알기 쉽게 설명해주어 내재적 인지부하를 관리하고 외재적 인지부하를 줄이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하지만 무분별한 적용으로 인지능력 발달과 장기기억 전환에 필수적인 본유적 인지부하까지 줄여버린다면, 얕은 이해와 사고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Stadler et al., 2024).

사고력을 보존하는 LLM 활용 전략
업무 효율을 최대화하기 위해 LLM을 광범위하게 적용하기보다는, 의식적이고 선택적인 활용이 필요하다. 자료 조사나 형식 맞추기 같은 기계적 작업이나 외재적 인지부하를 줄이는 영역에서는 LLM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효율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Ahn, 2025). 반면 아이디어 구상, 자료 비교분석, 의미 해석 등 핵심적인 사고 과정에서는 AI의 도움 없이 먼저 자신의 뇌를 이용해 처리하는 '선(先)사고, 후(後)검토' 전략을 제안한다. 부족함이 있더라도 스스로 핵심적 사고과정을 수행한 뒤 LLM의 피드백을 받아 보완하고 발전시키는 방식이다. 당장 AI에게 사고를 맡겨 빠르게 처리하는 것보다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인지적 오프로딩이 만연한 시대에 자신의 사고력을 지키는 현명한 장기투자라고 할 수 있다. 결국 LLM 시대에 필요한 것은 기술을 맹목적으로 수용하거나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고유의 사고 능력을 보존하면서도 AI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균형감각이다.

참고문헌
1. Noy S, Zhang W. Experimental evidence on the productivity effects of 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 Science. 2023;381(6654):187-192.
2. Wang J, Fan W. The effect of ChatGPT on students’ learning performance, learning perception, and higher-order thinking: insights from a meta-analysis. Humanities & Social Sciences Communications. 2025;12(1):1-21.
3. Kosmyna N, Hauptmann E, Yuan YT, Situ J, Liao XH, Beresnitzky AV, et al. Your brain on ChatGPT: accumulation of cognitive debt when using an AI assistant for essay writing task [preprint]. arXiv. 2025 Jun 10. Available from: https://arxiv.org/abs/2506.08872
4. Stadler M, Bannert M, Sailer M. Cognitive ease at a cost: LLMs reduce mental effort but compromise depth in student scientific inquiry. Computers in Human Behavior. 2024;160:108386.
5. Ahn S. Preserving critical thinking in the age of large language models: the paradox of cognitive load and efficiency. Korean Journal of Medicine. 2025 [under review].